백수린, 찬란한 인사, 문학동네, p.17
가끔 소설을 읽다가 마음을 뒤흔드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. 예를 들어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로 뒤덮인 책의 한 페이지가 몰래 펼쳐진다. 국면이 전개되면서 쌓인 감정들이 밖으로 나오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. 오늘 아침 출근길에 소설을 읽다가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. 대학시절이나 20대 시절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하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. 그 중 하나가 후회였습니다. 어찌 보면 일방적으로 많은 관계를 끊어버린 것 같았어요. 저는 동급생들과 연락을 끊고 나중에 전화번호도 바꾸고 카카오톡 계정도 삭제해서 지금까지의 연애도 모두 끝냈습니다. 오늘은 미안한 일들밖에 생각나지 않았다. 내가 상처받은 것들에 대해. 주로 무시하고, 무시하고, 눈치채지 못한 척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. #내생각을쓰기